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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숨 쉬는 건축물 TOP 5

by may522 2025. 5. 16.

건축은 단지 인간의 거주 공간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시대의 철학과 환경을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입니다. 특히 21세기 들어 기후 위기와 도시화의 심화 속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인간 중심의 구조물에서 벗어나, 생태계를 고려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건축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를 대표하는 개념이 바로 바이오필릭 건축(Biophilic Architecture)입니다. 바이오필릭 건축은 식물과 물, 햇빛과 바람 등 자연의 요소를 건축에 적극적으로 통합함으로써, 인간의 건강과 감정,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바이오필릭 건축물 다섯 곳을 선정해 소개합니다. 이 건축물들은 단순한 친환경 디자인을 넘어서, 자연과 건축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사례로, 앞으로의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줍니다. 기술과 자연, 인간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건축물 TOP 5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건축물 TOP 5

싱가포르의 상징, 마리나 원(Marina One)


‘도시 속 정글’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원(Marina One)은 바이오필릭 건축의 교과서 같은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독일 건축가인 크리스토프 잉겐호벤(Christoph Ingenhoven)이 설계한 이 복합건물은 업무, 상업, 주거 공간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으며, 내부 중심부에는 무려 3,700㎡ 규모의 열대 정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정원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건물 내부의 공기를 정화하고 미세기후(microclimate)를 조절하는 생태 장치로 기능합니다.

마리나 원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 네 개 동이 안쪽으로 오목하게 배치되어 자연스럽게 바람이 흐르도록 하는 공기 흐름 최적화 설계입니다. 싱가포르처럼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도 공기 순환을 유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내부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건물 외벽에는 태양열 차단 기능이 있는 루버(햇빛 조절 장치)가 설치되어, 실내 냉방 효율을 높이고 일사량을 조절합니다.

특히 중앙 정원은 ‘그린 하트(Green Heart)’라 불리며, 350종 이상의 식물이 층층이 배치되어 자연의 생명력을 그대로 도심 한가운데로 끌어온 구조입니다. 나무 사이로 흐르는 인공 폭포와 물길은 청각적 쾌감을 유도하며, 미세먼지를 줄이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합니다. 이 모든 요소는 실내 근무자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창의성과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마리나 원은 단순히 ‘식물이 많은 건물’이 아니라, 건축의 구조와 자연의 메커니즘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대표적 예로, 싱가포르 정부의 지속가능한 도시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도심 고층 건물도 자연과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 건축물은 향후 아시아 도시 건축의 미래를 제시하는 사례로 손꼽힙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수직 숲,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


도시 속에 숲을 세운다는 발상은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깊은 영감을 줍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는 말 그대로 ‘수직 숲’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건축물로, 두 채의 고층 아파트 외벽을 따라 900여 그루의 나무와 2만 그루 이상의 관목과 식물이 심어져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가 주도했으며, 2014년 완공 이후 전 세계 건축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단순히 도시 미관을 위한 그린월(green wall)이 아니라, 실질적인 생태계를 도시 상공에 올린 구조입니다. 이곳에 심어진 식물들은 도심의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동시에 새와 곤충의 서식처를 제공함으로써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건물 하나가 작은 ‘도시 숲’으로 기능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건물의 구조 설계는 식물의 성장과 유지 관리를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각 발코니는 폭이 넓게 설계되어 큰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으며, 자동 관수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어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식물의 잎은 여름철에는 태양을 가려 실내 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잎이 떨어져 자연광을 더 많이 들이는 계절 순응형 에너지 절약 구조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단순한 그린 인테리어를 넘어, 건축과 생태의 통합적 디자인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로, 유럽의 지속가능 도시 모델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현재 스테파노 보에리는 이 모델을 중국, 스위스, 네덜란드 등으로 확장 중이며, ‘도시화된 자연’이라는 개념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을 닮은 공간, 시애틀의 아마존 스피어스(The Amazon Spheres)


미국 시애틀의 중심부에 자리한 아마존 스피어스(The Amazon Spheres)는 기술 기업의 캠퍼스가 자연 친화적으로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독특한 건축물입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본사의 일부로 설계한 이 건축물은 유리와 철제로 된 거대한 세 개의 구형 구조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내부는 약 4만여 종의 식물이 자라는 실내 정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스피어 구조물의 설계는 건축 설계사인 NBBJ와 식물 생태학자들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철저하게 자연 생태 모사와 인간의 감각적 웰빙을 중심에 두고 완성되었습니다. 내부는 실내 정원으로 꾸며져 있지만, 단순한 관상 목적이 아닌 실제 아마존 직원들이 회의, 휴식, 창의적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마존 스피어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인위적인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열대우림의 기후를 모사해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온도는 평균 22도, 습도는 60% 이상으로 유지되며, 식물들의 광합성과 호흡 활동이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합니다. 또한 식물의 피톤치드와 시각적 요소들이 직원들의 스트레스 감소, 집중력 향상, 창의성 자극 등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수집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지 ‘회사 공간이 예쁘다’는 수준을 넘어서, 자연 기반 복지(Nature-based Wellbeing)의 대표 사례로 손꼽히며, 기업 환경에서도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스피어스는 시애틀의 랜드마크이자, ‘일터의 생태화’를 주도하는 세계적 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나무가 된 건물, 캐나다 밴쿠버 브로클린 스트리트 타워(Brock Commons)


바이오필릭 건축은 자연 요소를 건물 안에 들이는 것을 넘어서, 자연 재료 자체를 건축 구조에 사용하는 것으로도 확장됩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대형 목조 고층 건물, 브로클린 스트리트 타워(Brock Commons Tallwood House)입니다. 18층 높이의 이 건물은 전통적인 콘크리트가 아닌 CLT(Cross Laminated Timber, 교차 적층 목재)를 주요 구조재로 사용하여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친환경 건축물입니다.

브로클린 스트리트 타워는 2017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BC)의 학생 기숙사로 완공되었으며, 목조 건축이 내화성, 내진성, 구조적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CLT는 강도 면에서 철근 콘크리트에 비견될 정도로 우수하면서도, 목재 고유의 따뜻한 감성을 전달하는 소재입니다. 특히 이 건물은 건설 기간이 전통적인 RC 구조보다 70% 빠르고, 공사 중 탄소 배출량이 25% 이상 적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 건축의 미래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내는 목재의 질감과 향이 그대로 느껴지며,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안정감과 따뜻함을 제공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나무 재질의 실내는 심박수 안정, 스트레스 저하, 집중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효과는 장기적으로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브로클린 스트리트 타워는 자연을 건축에 단순히 끌어들이는 차원을 넘어서, 건축 재료 그 자체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한 사례로, 전 세계 목조 고층 건축물 붐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노르웨이, 일본, 호주 등에서도 유사한 목조 고층 건물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탄소 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건축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식물과 유리의 공존,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


영국 콘월(Cornwall)에 위치한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는 바이오필릭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태 교육 공간이자 자연과학 복합체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폐광이었던 점토 채굴지를 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시작되었고, 2001년 공식 개장 이후 매년 수백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건축을 통한 환경 교육’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에덴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돔 형태의 온실 구조물(Biomes)입니다. 각각의 돔은 육각형과 오각형 패널이 연결된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 형태로, 강철 프레임에 ETFE 필름(에틸렌 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을 덮어 유리보다 가볍고 빛 투과율이 높은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온실은 내부의 기후를 조절하여 열대우림, 지중해성, 사막 등 다양한 생태계를 인공적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약 100만 그루 이상의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에덴 프로젝트는 단순히 식물원 기능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곳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경험하고,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 체험형 건축물입니다. 설계부터 자원 재활용과 에너지 효율성, 친환경 소재 사용이 철저히 고려되었으며, 빗물 수집 시스템, 지열 난방,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자급자족적인 생태 순환 구조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열대우림 돔에서 실제 아마존 환경을 체험하며, 자연이 인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구조물 자체가 자연 요소와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건축이 경관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경관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교육 프로그램, 전시, 공연, 실험 등 다양한 활동의 장으로도 활용되며, 생태 건축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에덴 프로젝트는 ‘건축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협력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지며, 이후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프로젝트(예: 중국, 호주, 코스타리카)들이 추진되는 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는 건축이 환경 보존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품은 건축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위에서 살펴본 다섯 곳의 건축물은 단순히 식물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를 건축 설계에 직접 통합하여 사람과 환경 모두를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한 사례들입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연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Biophilia)를 충족시키기 위한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입니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실제로 에너지 절약, 건강 증진, 생산성 향상, 심리적 안정감 등 수많은 이점을 제공하며, 특히 도시화가 심화된 현대 사회에서 정신적 휴식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 정부, 교육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바이오필릭 건축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를 실현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술과 자연은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라, 건축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조화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건축물을 지을 것인지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라, 환경, 건강,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판단입니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건축물’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그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때입니다. 내 집, 내 사무실, 내 도시가 자연을 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바이오필릭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